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자기에게 그렇게 해 주기를 바란다. 자연스러운 인간의 속성이라 할 것이다. 내가 나의 은사들의 말씀을 존중하고 시키는 대로 순종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나의 제자들도 나에게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면서 이제 그렇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기성세대의 그러한 생각은 일종의 시행착오요, 시대착각적인 사고방식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전에 우리는 선생님이 하라고 시키시는 일이 있으면 내가 하던 일을 중단하고 그 일부터 먼저 준행하였다. 절대 복종의 자세였다고나 할까.   요즈음 젊은 제자들도 다 그러할까? 열 사람 중 한두 사람은 그런 자세로 사제관계를 이어가지만 대부분의 제자들은 자기가 하던 일을 먼저 마치고 난 다음 선생이 시키는 일을 수행한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그 중 한두 사람은 아예 스승이 분부하신 말씀을 끝끝내 준행하지 않고 깔아뭉개고 만다는 것이다.   요즈음 세상이 이렇게 되어도 선생이 제자를 야단치면 안 된다. 열 번 잘해 주다가 한 번 야단치면 그 제자는 그냥 스승을 떠나버리고 만다. 그리고 나서 자기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인지, 선생을 헐뜯고 심하면 욕까지 하고 다닌다. 일을 열심히 하고 업적을 많이 세운 선생일수록 이런 학생들로부터 얻어먹는 욕의 분량도 많다. 스승님의 그림자조차 밟지 않아야 한다고 믿으며 군사부일체 개념의 사제 관계를 존중하며 살아온 우리 세대들은 상상도 못할 만행이오, 도덕적 범죄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제자의 먹을 것을 빼앗아 먹었거나, 그들이 받을 연구비를 가로채서가 아니다. 고집이 세다느니, 욕심이 많다느니, 자기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둥 하면서 비난하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다 할 잘못이나 실수를 저지른 일이 적은 데도 일부 제자들로부터 이런 비판을 받으며 살아왔다.   나는 그런 일에 익숙해져 지금은 조금도 마음 상해하거나 그런 못된 제자들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지 신세는 지 신세요, 내 신세는 내가 알아서 하니까.   그렇다면 근간에 언론 매체에 자주 비치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어떠한가? 옛날에는 늙은 부모를 봉양하는 것은 자식 중, 특히 장남의 의무라고 생각해왔다. 또 그동안에는 그렇게 실행하면서 살아왔다. 그 시절의 노인들은 지금과는 달리 거의 전부가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그러니 부모는 나이가 들면서 자식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요즈음처럼 국가적 복지대책이 전혀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러한 유교 봉건사상이 강한 때에도 노약한 부모를 섬기지 못하겠다는 자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옛날 이런 자식들의 고충이 팽배해지자 60세를 넘겨서 살고 있는 부모들은 강제로 세상을 하직하게 하는 이른바 `고려장` 제도가 그래서 있었다.   지금은 더 심하다. 정부가 조사한 바로는 세 사람의 장남 중 한 사람만 부모를 모시겠다는 효도군이었고, 나머지는 자식과 국가 사회가 함께 보살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를 모시고 사는 효자군들도 가능하면 다른 형제들과 함께 부양 경비를 물어야 한다고 하니, 경제력이 있어서 독자적 삶을 꾸려갈 수 없는 늙은 사람들은 `늙으면 죽어야지`라고 탄식을 연발하면서 여생을 보내게 마련이다. 자기들이 젊은 때는 노부모를 지극 정성으로 공양했건만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나는 이렇게 구박받으며 살아야 하는지 원망하며 산다. 역시 내 인생은 내 인생, 네 인생은 네 인생이라는 극단적인 이기심의 발로가 가져온 일종의 비극이 아닌가 싶다.   스승을 밟고 넘어가는 제자, 비난하고 욕하는 제자는 궁극적으로 교수 생활에서 승리하는 사람이 될 수 없고, 노부모를 향해 네 인생은 네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주장하는 불효 막급한 자식들은 자기도 늙어서 자기가 낳은 자식들에게 그 같은 푸대접을 받게 되리라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최종편집:2025-06-17 오전 11: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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