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6년 12월 31일자 매일신문 이종문의 한시산책 `친구야 이래도 술 한잔 안 할끼가` 당나라 시인 白居易(백거이 772~846)의 시를 읊으면서 추운 날 화롯가에서 눈이 펑펑 쏟아질 것 같은 저녁녘 푸른 거품이 부글부글 끓는 새로 담은 술독을 보면서 옆집 절친한 친구였던 19번째 아들 유우석에게 술 한잔 하자고 청하는 그 아름다운 시 구절에 가슴이 뭉클하였다.
나는 바로 붓을 잡고 일필휘지로 대(大)글자는 금문(金文)서체로 소글자는 초서체로 화선지에 글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시 내용을 음미해 보았다.
問 劉 十 九
綠 蟻 新 酒 紅 泥 小 火 爐 晩 來 天 欲 雪 能 飮 一 杯 無
(녹의신배주 홍니소화로 만래천욕설 능음일배무)
푸른 거품 부글부글 새로 담은 술
붉은 질화로에 새빨갛게 타는 숯불
저녁녘 눈이 펑펑 쏟아질 듯 쏟아질 듯
친구야 이래도 술 한잔 안 할끼가
바야흐로 지금 새로 담은 술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서 푸른 거품이 부글부글 떠오르고 있고 붉은 질화로에는 새빨간 숯불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다.
푸른 술과 붉은 질화로. 시각적 이미지가 단연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러지 않아도 따뜻한 화로를 끼고 앉아서 맛있는 술을 막무가내로 퍼마시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에 울컥 치솟아 오르는데 저물어가는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눈이 그것도 함박눈이 펑펑 쏟아질 기세다. 그러니까 술마실 수 있는 분위기가 기가 막힌 상황이다.
하지만 술도 마음 맞는 친구와 이마를 마주대고 주거니 받거니 함께 마셔야 훨씬 더 멋이 있고 맛이 있는 법 아무리 맛좋은 술이 있고 술 마실 분위기가 좋을지언정 혼자서야 도대체 무슨 청승으로 술을 퍼마시고 있겠는가?
그러므로 작가는 이 짤막하고도 인정이 물씬 풍기는 시를 일필휘지로 지은 뒤에 이웃에 살고 있는 다정한 친구에게 보내어 묻는다.
여보게 친구, 분위기가 여차여차한데 아무래도 한잔 안할 수가 없잖은가? 대답해보게 안 그런가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