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개들이 싸워요. 빨리 와 보세요!"
"뭐, 개들이 싸운다고? 그럴 리 없는데?"
"아무리 말려도 안 돼요!"
"큰일이구나. 빨리 가보자."
지난 봄, 교우 한 분이 강아지 두 마리를 보내왔다. 순종은 아니지만 진돗개의 혈통을 타고 나서 여간 영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나를 잘 따라 나도 귀여워했다. 틈이 있으면 개들을 데리고 산에 오르곤 했는데. 그때마다 개들이 내 주위를 맴돌며 좋아했다.
개들에게 달려가서 보니, 두 마리가 서로 물고 뜯으며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목줄을 쥐고 당겨서 간신히 싸움을 말릴 수 있었다.
짐승의 세계에는 서열이 있다. 서열의 균형이 깨질 조짐이 보이면 서열이 확정될 때까지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쉬지 않는다. 사자 같은 맹수뿐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 서열이 정해져 있어서, 서열에 따라 물을 마시는 등 삶을 유지한다. 우리 개들은 아주 다정하게 지냈는데, 오랫동안 서로 다른 개집에서 지내다가 그날 나와서 만나다 보니 위계질서가 깨져 서열싸움을 했던 것이다.
이러한 싸움은 사람 사이에서도 볼 수 있다.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알력이나, 초등학생들이 새 학생이 전학 오면 하는 힘겨루기가 서열 싸움과 비슷한 것이다. 그보다 심각한 서열 싸움은 부부 사이에서 자주 발생한다. 부부가 한 집에 살면서 아내가 여왕이 되고 남편이 시종이 되거나, 반대로 남편이 왕이 되고 아내가 시녀가 되면 절대로 부부싸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부부는 평등하기 때문에 싸움이 쉽게 일어나는 것이다.
가령 부부가 어떤 문제 앞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냈을 때, 별것 아니지만 남편이 아내에게 이기려고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일 때가 있다. 그러면 아내도 별것 아닌 것을 꼭 이기려고 하는 남편이 미워 뒤로 물러서지 않으려고 한다. 둘 중 한 사람만 힘을 빼면 쉽게 끝날 싸움인데, 서로 자신이 옳다고 하다 보면 싸움이 커져서 과거 이야기까지 등장하고, 더 화가 나면 싸움이 크게 번져서 이혼으로까지도 치닫는다.
부부 사이에서 만큼은 서열 싸움을 없애자. 하나님께서는 남자를 만드신 후 남자의 갈빗대를 뽑아 여자를 만드셨다. 여자를 남자보다 약하고 아름답게 만드신 이유는 남자의 사랑을 받게 하기 위함이다.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위치와 남편에게 순종하며 사랑받는 아내의 위치, 부부가 서로 이 위치를 지킨다면 가정에서 서열 싸움은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