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대왕이 조의조식(粗衣粗食)하며 큰 통 속에서 살고 있는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방문했다. 그때 디오게네스는 통 속에서 나와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세계를 정복한 사람과 자기 자신의 마음을 정복한 사람 사이에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폐하께서는 지금 무엇을 바라고 계십니까?" "그리스를 정복하기를 바라네." "그리스를 정복하고 난 다음에 또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마도 소아시아 지역을 정복하기를 바라겠지." "그 다음엔 또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아마도 온 세상을 모두 정복하기를 바라겠지." "그리고 그 다음엔 또 무엇을 원하십니까?" "그리고 나면 아마도 좀 쉬면서 즐겨야 하지 않겠어?" "참 이상하군요. 왜 지금 당장 좀 쉬면서 즐기지 않으십니까?"   대왕은 싱긋이 웃으면서 디오게네스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당신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당신도 알겠지만, 만일 당신이 원한다면 나는 무엇이든지 들어줄 수 있는데 말이야." 그러자 디오게네스도 빙긋이 웃으며 말한다. "아, 그러시다면 제발 몸을 좀 비켜서 폐하의 그림자를 치워주시겠습니까? 해와 저 사이를 가리고 있는 폐하의 그림자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알렉산더대왕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구나." 이 말을 받아서 디오게네스도 크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제가 디오게네스가 아니라면, 폐하만 아닌 그 어떤 사람이 되어도 좋겠습니다."   누구나 디오게네스 편을 좋아할 것이다. "욕심을 버려야지." "마음을 비워야 행복해."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마음속에는 디오게네스보다는 알렉산더대왕이 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임포(林逋)는 `성심록(省心錄)`에서 "욕심이 많으면 몸이 상하게 된다(多慾則傷生)"고 했고, 성경에서는 "탐욕을 미워하는 자는 장수한다(잠언 11:27)"고 했다. 그 말 그대로 천하를 정복한 알렉산더대왕은 33세밖에 못 살았지만, 평생 큰 통 속에서 지냈던 디오게네스는 90세의 장수를 누렸다.   공자는 바른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인간이 타고난 내면적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 `인(仁)`을 주장했다. `인(어짐)`이 인간의 내면적 사회규범이라면 외면적 사회규범은 `예(禮)`라고 규정했다. 그는 예가 지나치게 형식화되고 개인의 욕심으로 무너질 것을 염려해서 사욕을 극복하고 진정한 예를 회복하자며 `극기복례(克己復禮)`를 강조했다.   바른 길을 벗어난 욕심이 사람을 추하게 하고 세상을 어지럽게 한다. 공자가 "천도를 따르면 도리에 통달하고, 욕심을 따르면 되레 그에 구속된다(爲己循天上達道 爲人從欲河淪囿)"고 경계한 것을 오늘에도 그 울림이 크다.   장자(壯子)가 하루는 활을 가지고 조능이라는 밤나무 숲 속을 산책하다가 밤나무에 까치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을 봤다. 활을 겨냥하여 까치를 쏘려고 하는데 까치는 정신없이 한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제 앞에 있는 큰 왕거미를 잡아먹으려고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거미는 자기를 노리는 자가 있음을 보지 못하고 밤나무 가지에 붙어 있는 벌레를 잡아 먹으려고 집중해서 노려보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장자는 겨누었던 활을 쏘지 못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가 돌아올 때 밤나무 숲을 지키는 사람이 장자가 밤을 훔치려는 줄 알고 뒤에다 대고 도둑놈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장자는 집에 와서 석 달 동안 두문불출하고 밤나무 숲에서 생겼던 일을 생각했다.   탐욕에 전 시야가 쏠려 있을 때, 그 때 위험이 가까이 있다. 식욕이 동할 만큼 탐나는 것이 보일 때에는 그 주변에 반드시 자신의 인격을 저울질 하는 타락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성경에 "이익을 탐하는 자는 자기 집을 해롭게 하나, 뇌물을 싫어하는 자는 살게 되느니라(잠언 15:27)"고 했다.   대학 3학년 때 사법고시에 합격해 `소년급제`한 후 승승가도를 달리며 권력의 총애를 받은 엘리트 검사. 공안 검사 출신인 그는 평소 법질서를 강조해서 `미스터 법질서`라는 별명까지 붙었었다. 그 덕에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을 역임했으며, 세 차례나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러던 그가 75세의 늘그막에도 권력욕에 눈이 어두워 주위를 살피지 못하고 대통령 비서실장직을 탐한 결과, `법기술자`로 남의 손에는 수갑을 채우면서도 자신은 위기 때마다 용케 법망을 빠져나왔지만 드디어 천망(天網)에 걸려 수갑을 차게 되었다.   그 좋은 머리를 진정 국민을 위해 썼다면… 그 노욕만 버렸어도, 인생 말로를 이토록 허망하게 장식하지는 않았을 텐데.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말했다. "명예는 여러 사람의 것이니 많이 취하지 말고(名爲公器無多取) … 대강 배가 부르면 수저를 놓아야 한다(大都食足早宜休)." (2017. 2. 13)
최종편집:2024-05-17 오후 04: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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