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자 생물학자인 데이비드 스즈키와 뛰어난 인류학자 오이와 게이보가 전하는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일본 이야기다. 두 사람이 2년여에 걸쳐 일본 열도 남쪽 끄트머리인 오키나와에서 열도 북쪽 꼭대기인 홋카이도에 이르기까지 찾아다니며 만난 사람들의 삶 자체는 그대로 일본의 숨겨진 역사의 한 페이지로 일본의 또 다른 얼굴인 셈이다.
책 속 이야기는 일본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현재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들과 가능성을 함께 엿보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일본만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분쟁과 환경 오염과 파괴는 위의 문제들이 어느 한 나라, 한 민족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해준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 데이비드 스즈키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어났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환경보호운동가이자 방송 진행자로 CBC-TV 과학 프로그램 로 최고시청자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주는 유네스코 칼링거 상과 환경보호운동에 힘쓴 사람에게 주는 유엔 환경보호상을 받았다. 또한 캐나다 공영 TV 방송국 CBC가 뽑은 ‘캐나다 건국 이래 위대한 캐나다인’ 10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의 책 『변용』,『선조의 지혜』,『유전학』,『미래 창조』 등은 모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을 정도로 널리 읽혔다. 지금은 대학 교수직에서 물러나 환경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문제 해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데이비드 스즈키 재단 소장으로 있다.
저자 : 오이와 게이보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라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15년을 살았다. 뛰어난 인류학자로 『할렘에서 사는 일본인과 미국 흑인 문화』를 발표했으며, 『일본인 이세이(2세)의 전쟁 기록』으로 캐나다 일본협회가 수여하는 상을 받았다. 현재 오키나와의 메이지 가쿠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역자 : 이한중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의 삶, 땅에 가까운 삶을 추구하는 책을 찾고 옮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울지 않는 늑대』,『동물원의 탄생』, 『신의 산을 찾아서』, 『씨앗의 희망』 등이 있다.
• 미디어 리뷰
日 음지의 '따뜻한 삶' | 한국일보 책과세상 문향란 기자 | 2004-11-27 |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이란 나라는 반쪽에 불과하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에서 경제대국으로 성공적 변신을 꾀한, 일본의 양지만을 보고 그게 일본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일본을 제법 안다는 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강이, 나무가, 꽃이 돼 보라’가 보여주는 일본은 무척 낯설다. 보기 드물게 양지가 아닌 음지의 일본을 고백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보고 들을 일본인들의 삶과 목소리는 주류에서 한참 비껴 있다.
극우 보수주의의 흐름을 거스르고 스스로 전쟁의 과오를 참회하는 양심들, 존재의 뿌리를 고집하는 아이누 같은 소수민족과 재일동포들, 산업화에 희생된 자연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환경운동가들 등등. 일본이 평화를, 인간의 정체성을, 그리고 숲과 바다를 약탈하며 간과해온 희생자이자 고발자이다. 수적으로 소수이고 그래서 목소리를 내도 다수에 묻혀버린 까닭에, 그들의 일본은 이 책의 원제인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일본(The Japan We Never Knew)’이었다.
저자들은 2년여에 걸쳐 오키나와부터 홋카이도까지 일본의 남북을 가로지르며 평화운동, 인권운동, 환경운동을 벌이는 풀뿌리운동가들을 찾아 다녔다. 활동가들의 경험과 생각을 빌어서 두 저자는 근대화 과정 속에서 일본이 스스로 부인한 역사적, 문화적, 생태적 전통을 회복하고 지켜나가려는 다양한 움직임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우선 100만 명에 달하는 재일동포 문제가 눈에 띈다. 스스로 선택한 삶이 아니라, 어찌해볼 수 없는 식민지배라는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에 ‘자이니치(在日)’로 살아가는 그들의 핍박과 설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인종차별에 대한 대응으로 국적을 바꾸고 일본인으로 동화하는 길을 택하는 이도 있지만, 차별에 더욱 치열하게 저항하는 이들도 있다.
한국 태생으로 ‘외국인등록법’에 반대해온 목사 이인하씨도 그 중 한명. 그는 열 네 살 아들의 외국인 등록갱신을 잊어버려 그 아들을 전과자로 만든 쓰라린 경험을 털어놓는다. 그는 “외국인등록법은 한국, 대만 같은 예전 식민지 출신자들이 헌법에 명시된 기본적 인권을 주장할 권리조차 박탈하는데 있다”고 문제제기를 한다.
'민족적 동일성’이라는 환상을 빌미로 일본 정부가 고유의 말과 문화를 앗아가며 생존을 위협한 대상은‘자이니치’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사할린 토착민 울타족,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 같은 소수민족에 대해 동화정책을 펼치며 그들의 문화를 부인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지역적 뿌리를 잃는 위기를 자초했다. 다행히도 울타족으로 유일하게 일본에 살고 있는 기타가와 아이코씨나 아이누 공동체 지도자들은 자발적으로 뿌리를 찾고 있다.
근대화가 곧 산업화를 의미하는 과정을 거쳐오면서 일본은 인권 이외에도 자연도 잃어버렸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자연환경을 생각하는 운동도 활발하다. 미 해군들이 거주할 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도시 면적의 15%에 해당하는 숲을 밀어버리려는 중앙정부의 시도에 맞선 소도시 즈시 시민들의 용기 있는 녹색민주주의나,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써 더 많은 수확을 거두는 대신 생명을 살리는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가와구치 요시카즈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일본사회 내부가 무시하기 쉬운 비주류의 다양한 프리즘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울림이 깊다. ‘주변인’으로서 일본을 들여다볼 수 밖에 없었던 저자들의 약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승화하는 대목이다.
환경보호운동가로 활동하는 데이비드 스즈키는 일본계 캐나다인이고, 일본에서 나고 자란 인류학자 오이와 게이보는 나이 서른에야 자신의 아버지가 일본에서 핍박 받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단일성의 신화는 무너지고 있다”고 단언하는 두 저자는 사회의 변화를 진지하게 모색하는 다양한 풀뿌리운동에서 일본의 미래를 엿본다.
꽃보다 아름다운 인간 이야기 | 중앙일보 북리뷰 김성희 기자 | 2004-11-27 |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노래한 가수가 있다. 굳이 그런 노랫말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엔 정말 꽃보다 아름다운 이들이 적지 않다. 다만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이 책은 평화운동· 인권운동· 환경운동 분야의 일본내 풀뿌리 운동가들의 참한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히로시마 피폭의 상처를 극복하고 2차 대전 희생자들의 참상을 그림으로 남기는 마루키 도시 부부, 오키나와 지킴이 지바나 쇼이치, 일본 환경운동의 아버지 다나카 쇼조, 대표적 공해병인 미나마타병의 원인을 폭로한 우이 존 교수 등 일본 사회의 소수파이자 이단아들인 그들의 삶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 중에서도 제도교육에 저항하는 도리야마 도시코의 현장교육 방식이 특히 눈에 띈다. 그는 학생들을 도살장· 사육장으로 데려가 도살되는 돼지, 눈 뜨고 못 볼 환경에서 자라는 새끼돼지들을 직접 보여준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충격을 받아, 돼지는 진열장 혹은 식탁 위의 고기일 뿐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이끈다.
물론 이 책은 일본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환경운동가인 일본계 캐나다 3세와 나이 서른이 되어 자신이 한국인 2세임을 알게 된 일본인 인류학자는 대중적 이미지와 다른 또 하나의 일본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힌다. 그 결과 2년 여에 걸쳐 북쪽 홋카이도에서 남쪽 오키나와까지 뒤지고 다닌 저자들의 뒤를 좇다 보면 일본이란 나라에 대한 인상이 바뀔 정도다.
이들의 의도야 어떻든 이 책은 일본을 제대로 알리는 수준을 넘어선다. 일본이란 프리즘을 통해 인류의 보편적 문제를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반전운동을 펴는 언론인, 소수민족의 권리를 주장하는 아이누족 원로, 자연농법 실천가의 증언을 들으면 지구촌 곳곳의 분쟁·환경오염 등이 어느 한 나라, 한 민족만의 숙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도 건강한 사회를 위해 땀 흘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텐데,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책이 나온다면 어떨까 하는 부러움을 남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가꾸어야 한다" | 조선일보 Books 조영남(가수) | 2004-11-27 |
만일 나더러 강이 되어 보라면 나는 어떤 강이 될까. 아마 북한산에서 내려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 영동대교 밑을 흐르는 강물이 될 것이다. 만약 나더러 나무가 한번 되어 보라면 나는 옹이가 없는 미송, 소나무가 되고 싶다. 어느 가난한 아저씨가 손수 만드는 응접 테이블이나 식탁 재료가 되기 위해서다.
나더러 꽃이 한번 되어 보라면 내 얼굴처럼 생긴 꽃은 안 된다. 지금은 거의 잊힌 내 첫사랑 여인을 닮아서 그 꽃들이 언젠가 시집가는 내 딸아이의 손에 쥐어질 회사한 꽃이 되어야 한다. 헛소리하는 게 아니다. ‘강이, 나무가, 꽃이 돼 보라’는 책을 읽으면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지난 9월 말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 초청으로 7박8일 동안 일본을 둘러본 얘기를 책으로 낸다고 부랴부랴 원고지를 메우다가 찾아낸 이 책은 우선 제목이 요즘 말로 죽음이었다. 세상에 책 제목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는가. 책장을 넘겨 보니 원제목은 많이 달랐다. ‘The Japan We Never Knew’, 우리말로 ‘우리가 몰랐던 일본’이었다. 데이비드 스즈키와 오이와 게이보라는 두 사람이 쓴 책으로, 캐나다에서 처음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을 번역자에게 소개한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의 오강남 교수는 ‘예수는 없다’라는 과격한 제목의 책을 썼지만 마음은 비단결 같은 사람인데 이 책을 책방에서 발견하고 읽다가 다리가 아파 책을 사 들고 집에 와서 다 읽었다고 이 책 맨 앞 추천서에 썼다.
책을 쓴 데이비드 스즈키는 일본계 캐나다인으로 지금도 TV 방송 진행자로 신망을 받고 있는 생물학자 겸 환경보호운동가이고, 오이와 게이보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2분의 1 한국계 일본인으로 미국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메이지 가쿠인 대학에서 국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게이보는 희한하게도 30세 때 자기 아버지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찌해서 30년 동안이나 자기 아버지가 한국 사람인 걸 몰랐을까. 그런 두 저자의 기구한 삶부터 흥미롭다.
환경운동가나 혁명가가 통상 무모하게 보이듯이 두 저자도 젊은 체 게바라가 친구와 함께 중고 오토바이를 타고 남미를 한 바퀴 돌듯이 남들이 생전 들여다보지 않는 변두리 일본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누가 일본을 망가뜨렸는지, 누가 망가지는 일본을 못 망가지게 방어했는지 묵묵히 채집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피해자들이 동정을 받기는커녕 그 지역 사람들에게조차 노골적인 천시와 따돌림을 받는다는 얘기부터, 어느 일본 초등학교 선생님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만들고 가꾸어야 한다며 어린아이들에게 강이 되어 보고 나무가 되어 보고 예쁜 꽃이 되어 보라고 가르친다는 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얘기가 마치 이효석, 김유정의 소박한 단편처럼 줄줄이 꿰어져 있다.
그리고 저자들은 친절하게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본의 후미진 곳에서 지구를 지키며 인류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본분을 따라 무명용사처럼 소리 없이 없어져 갈 증언자들의 얼굴을 흑백사진으로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크기로 보여 주고 있다.
최근 일본을 다녀온 나는 일본에 관한 글을 쓴다고 유심히 일본에 대한 책들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놀랍게도 일본 전체를 덮고도 남을 만큼 책의 가짓수가 많았다. 나는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강이, 나무가, 꽃이 돼 보라’는 명저를 옆에 두고 친일파 야스쿠니, 밤의 향락 문화, 한류 열풍이 어쩌고저쩌고 쓰던 내가 너무도 초라하고 한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이 순간까지 자연과 환경에 관한 문제를 우리 집 일하는 할머니한테 일임해 왔지만, 책을 읽고 난 다음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능력만 된다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13층짜리 아파트를 몽땅 구입해서 부숴 버리고 배나무 밭을 일구겠다. 원래의 한강변 그대로 말이다. 그것도 부질없는 생각이라 나는 홧김에 되묻는다. 강아, 나무야, 꽃아, 네가 사람이 돼 보렴! 무심히 관습법에 매여 사는 우리 현대인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자연 파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사람들은 경악하고 두려움에 떨었다. 사람들이 많이 죽어서가 아니었다.
원자탄보다는 도쿄를 불태우기 위해 쓰인 소이탄에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예일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스티븐 제이 리프튼은 핵무기가 가져다 주는 엄청난 공포는 다름 아닌 자연 자체가 끝장나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전쟁이 끝나고 몇 년 지나 새싹이 돋아나면서 희망을 다시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전쟁은 인간과 자연을 황폐화..
추천평
일본도 다른 어느 사회와 마찬가지로 빛과 그림자가 병존하는 사회다. 이 책은 일반적으로 획일화를 강요하는 일본 사회에서 남과 같지 않기 때문에 힘들게 살아가는 소수 집단의 애환을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외부인들에게는 물론, 심지어 일본인들에게도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 사회의 그늘진 모습을 고발하는 책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일본인을 포함해서 일본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일본을 알지만 표피적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 일본을 판에 박힌 선입견에 따라 과대 평가하거나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 일본의 다양성을 더욱 심층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들, 나아가 지구 공동체 내에서 일본의 위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읽을거리가 되리라 생각한다.
오강남(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