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린
눈을 보려고 창문을 여는데
문득 당신이 보고 싶다
어두워지던 내 마음은
어느새 앵두처럼 빨갛게 익어
오늘 같은 날은
따뜻한 불빛의 마을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한낮 동안 햇살을 삼켜
몸의 중심에 가둔 열기로
밤새 춥던 내 발치에 놓아주던
속 깊은 돌
당신의 품에서
길손의 꿈을 받아 적다가
나는 솜털 달린 씨앗이 되고 싶다
당신과 나의 갈증은
녹은 눈물 뿌리에
초록 심지를 돋우겠지
드넓은 세상 훨훨 날아가
살포시 내려앉은 그 자리에서
내 여린 꽃대로 등불을 켜고
낮은 곳 호젓하게 밝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