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년전 은대의 갑골문을 중심으로 한자가 만들어진 기초적인 상형을 보면 곧 사물의 윤곽을 본따서 만든 상형자와 윤곽을 그릴 수 있는 추상적인 말을 가르쳐 만든 지사자(指事字)로 되어있다. 그래서 한자를 상형자라고도 한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한자의 자수가 6만자나 된다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많은 한자를 어떻게 다 배울 수 있느냐고 지레 겁을 내 무조건 한자는 배우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한자만 사용하는 중국에서도 상용한자는 2천500자로써 이것만으로도 일상생활의 문자활동이 충분하다. 일본에서는 2천136字, 한국에서는 1천800字의 상용한자를 선정하여 쓰고 있으니 한자는 약 2천자만 알고 있으면 충분하다.
일반인들로서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은 2천자의 상용한자 중에서도 핵이 되는 한자 300자만 철저히 익히면 나머지는 유추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한자이다.
예를 들면 나무모양을 그린 木(나무 목)자를 알고 나서 木자의 상하좌우에 어떤 자가 붙더라도 모두 나무의 이름이거나 나무로 만든 사물을 뜻한다고 알면 된다. `梧`(오동나무 오)는 木이 있으니 나무로서 `五`의 발음대로 `오`이고 `桐`은 나무로서 `同`의 발음과 같이 `동`으로 읽어 오동나무라는 것을 스스로 알 수 있다. 또 나무가 많이 서있는 곳을 林(수풀 림), 나무가 빽빽히 서 있는 곳을 森(나무빽빽할 삼)자로, 이 두자로 森林(삼림)이라 한다. 또 石(돌 석)자가 쌓인 磊(돌 쌓인 뢰)자 역시 그렇다.
영어의 알파벳 26자를 안다고 영어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4천字 단어 이상을 암기해야 생활영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한자는 `國` 한자를 익히면 앞뒤에 다른 글자를 붙여 `美國, 英國, 國民, 國語, 國家, 國土`(미국, 영국, 국민, 국어, 국가, 국토) 처럼 조어력이 아주 풍부하다. 한자 300여자를 익히는 것과 영어 단어 4천여개를 익히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쉽겠는가. 종래 일부 `한글전용론자`들이 한자는 무조건 어렵다고 주장한데서 피해를 입은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이 부모의 성명은 고사하고 자신의 이름도 쓰지 못하는 이가 많을 정도로 반문맹의 문자생활을 면치 못하게 되어있다.
지금 우리는 경제위기보다도 더욱 심각한 문화위기에 처해있다. 한자로써 바탕을 이루고 있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한·중·일의 동북아권시대에 대비하고 그 주도권을 행사하려면 초등학교부터 단계별로 한자를 적극 교육해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서도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부상에 대비하여 한자를 배우고 있으며 싱가포르나 일본에서도 한자교육을 적극 강화하고 있는데 지리적, 역사적으로나 가장 접근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등한시 하고 있었다. 만시지탄이나 우리나라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의 20여년간의 투쟁으로 교육부는 2019년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에 300자 한자를 표기할 것이라고 확정·발표하였다.
1969년에 한글전용화 정책이 공포되면서 한자가 사라진 뒤, 50년만에 한자가 부활하여 교육하도록 결정되었다. 이는 청사(靑史)에 길이 빛날 교육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는 사실 중에 매우 심각한 일은 현재 전국대학 도서관의 책들이 거의 잠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책에 한자가 섞여있어 읽지 못하는 것이다. 지식은 책 속에 많은데 대학생들이 책을 읽지 못한다면 지식은 어디에서 섭취할 것인가? 이 나라 미래를 책임져야할 대학생들이 이처럼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는 것을 정부는 물론 전국민들도 꼭 알아야 하겠다.
우리나라 국어사전을 보면 70%의 단어에 한자가 병기되어 있다. 바로 한자어이다. 예컨대 `의사`라는 단어를 보면 `義士, 醫師, 意思` 등 한자어가 병기되어있고, 또 `신장`이라는 단어에는 `身長, 伸長, 信章, 腎臟` 등 한자어가 병기되어 있는데 그 한자에 따라 발음은 같아도 의미는 판이한 것이다. 만일 우리나라의 법률서적에 한자어가 배제되고 한글로만 쓰여져 있다면 법계에서는 전문지식의 전수는 불가능하거나 심히 곤란할 것이고 의학계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근자에 진태하 선생을 비롯한 여러 석학들이 한자는 우리의 선조인 동이족의 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고 808개의 한자를 한·중·일 3국외이 공용하기로 하는 등 그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국민으로서도 한자 내지 한자어가 한글과 마찬가지로 國字, 國語라는 당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이를 계승·활용·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21세기를 선도하는 오천년문화민족의 진취적인 자세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