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지만 아는 사람과 속까지 아는 사람 중 어느 쪽이 지력이 더 뛰어나겠습니까?"   어느 교수의 말씀이다. 한자를 알고 한글 전용을 하면 괜찮은데 모르고 보면 맹탕이 된다. 한글 전용을 하면 읽기는 쉽지만, 읽고 나서는 그 내용의 뜻을 대충 짚고 넘겨버린다. 이게 곧 한글 전용의 폐해이다.   한글 전용과 한자 혼용을 두고 50~60년 간 대립해 왔다. 한글 전용은 이미 대세이고 되돌릴 수 없다고 본다. 우리말의 70%가 한자어로 돼 있다. 의미있는 알맹이는 거의 모두 한자어이다. 한자를 모르고서는 한글로만 된 문장의 속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세종대왕은 우리 어리석은 백성들이 자신의 뜻을 글로 펴지 못함을 불쌍히 여겨 스물여덟자를 만들어 사람마다 쉽게 익혀 쓰기에 편리하게 했다. 세종대왕의 이런 이상(理想)은 이제 실현됐다. 하지만 우리는 한글 전용으로 인해 전반적인 지력 하락의 심각한 지경에 직면했다. 글을 읽을 줄만 알지 독해력과 어휘력, 이해력, 사고력은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한 학생이 "선생님, 새해를 맞이해 명복을 빕니다"라고 신년 연하장을 보내왔다고 한다. 또 `이비인후과`가 무슨 병을 치료하는 곳인가? 하고 물으니 대답하는 학생이 없었고, 안중근 의사라고 하니 내과의사인가 외과의사인가 질문하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또 어느 교사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애국가 1절에 나오는 한자어 10개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조사를 해보니 평균 30점밖에 안 나왔다고 한다. `동해`는 동쪽에서 뜨는 해, `백두산`은 `백개의 산`, `삼천리`는 `자전거 상표`로 알고 있었다.   이런 사례는 학생들에게만 한정되지 않다고 본다. TV나 신문에 자주 나오는 `가시거리`, `강우량`, `적설량`, `방파제`, `살처분`, `학포자` 등을 물어보면 정확히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한 예를 더 들어보면 어느 해 교육부에서 전국 각 학교에 `교사` 사진을 보내란 통지를 했는데 어떤 학교는 교사(校舍) 사진을, 어떤 학교에서는 교사(敎師) 사진을 보내왔다고 한다. 이는 학교 잘못이 아니라고 본다. 통지서에 `교사`라고 하니 校舍인지 敎師인지 판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도층 인사가 문제를 일으킨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6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광주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방명록에 `멸사봉공(滅私奉公)`을 `멸사봉공(滅死奉公)`이라 오기했던 사실이 있었다. 한자를 모르면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오롯이 담긴 고전격언과 고사성어를 접할 수 없게 된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요즘 청소년들의 비위행위가 많아지는 원인이 한자문맹에 따른 인성교육 결핍에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한자교육을 지속해 발전 기회를 놓친다면 후손들에게 또 한번 죄를 짓게 된다. 한자교육은 우리말과 글의 양적 질적 발전을 가능케 하고 지성을 한층 함양시킬 것이다.
최종편집:2024-05-17 오후 04: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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