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넓은 바닷가에 한 조개 마을이 있었다. 거기 바지락, 다슬기, 고둥들이 많이 살았다. 그러나 백합은 단 한 집뿐이었다. 그래도 백합은 제 몸매를 은근히 뽐내면서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 태풍이 불어서 바다를 아주 심하게 핥고 지나갔다. 그 때 깊은 바다 산호초 마을의 한 진주조개가 파도에 밀려 조개 마을에 나타났다. 조개들은 앞다투어 진주조개를 구경하러 갔다. 그러나 진주조개도 그저 평범한 조개일 뿐이었다. 겉 모양으로는 오히려 백합한테 훨씬 못미처 보였다. 바지락이 먼저 말을 걸었다. “진주 씨앗을 좀 얻을 수 있겠어?” 진주조개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들의 진주는 씨로 옮겨지는 것이 아니야.” “그럼 어떡해야 그 값진 보석을 가질 수 있지?” “진짜로 사랑을 하면.” 이번에는 다슬기가 나서서 물었다. “진주를 가지면 어때? 몸도 마음도 편안하고 좋아?” “아니야, 몸은 아주 아파. 견디기 어려울 만큼.” “그럼 그것을 뭣하려고 가져? 그것 때문에 아프다면서?” 조개들은 피식피식 웃으면서 뿔뿔이 흩어졌다. 백합만 혼자 남았다. 백합이 진주조개에게 물었다. “진주를 가지고 사는 것과 가지지 않고 사는 것이 어떻게 다르지? 그걸 말해줄 수 있겠어?” “그것은 사는 의미에 관계되는 것이지. 진주를 가지지 않으면 지금 당장은 편하겠지. 주어진 시간에 먹고 살면 그만이니까.” “그렇다면 진주를 가졌을 때는?” “희망을 가졌다는 뜻도 돼. 언제 어디에서 죽음이 나타나더라도 두렵지 않은 거야. 죽음이란 그저 껍질과 살이 없어지는 것뿐, 진주라는 보석은 영원히 빛나면서 살게 되는 것이지.” 그날부터 백합은 말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나들이 하는 시간도 줄었다. 그 대신 해당화 그늘 밑에 앉아서 명상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흰 구름이 지고 피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정말 사랑이란 것이 무언인지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백합은 바지락을 공격하는 불가사리를 목격했다. 이런 경우에는 자기들의 몸을 숨기는 것이 모든 조개들의 습성이었다, 그러나 이날의 백합은 달랐다. 뜨거움이 가슴에서 치솟아, 냅다 불가사리의 머리통을 물고 늘어졌다. 한참 후에야 백합은 정신을 차렸다. 눈을 떠보니 늙은 뼈고둥이 상처를 꿰매주고 있었다. 그는 백합에게 말했다. “너는 아주 훌륭했다.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걸고 싸웠으니까. 그런데 이번 일로 모래 알 하나가 네 심장 깊숙이 박혀버렸다는 것을 알아두어라.”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요?” “십중팔구는 죽게 되지. 그러나 하나님이 도와주신다면…” 백합은 엎드려 기도했다. “저는 죄 많은 조개입니다. 내 기쁨을 나누어 가질 줄을 몰랐으며, 남의 아픔을 덜어줄 줄 몰랐습니다. 내 안의 교만과 질투와 욕심이 악마임을 미처 알지 못했으며, 물 한모금, 바람 한 줌의 적은 것에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이제 저는 남은 날을 오직 참회하며 살고자 하오니 이 세상을 떠날 때 눈물 한 방울 남기는 것을 허락하소서.” 이 이야기는 정채봉의 ‘생각하는 동화’에 실려 있는 것인데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의 삶을 가장 값지고 보람있는 것, 영원한 것이 되게 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맑은 보석 진주처럼 아름다운 삶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그것은 사랑을 간직하는 일이다. 사랑의 씨앗이 우리 가슴에 심어지고, 그 씨앗이 우리 안에서 자라기 시작할 때 우리는 많은 고통과 아픔을 경험하지만, 수많은 세월 그것을 참고 견디면 그 사랑이 자라 우리의 삶을 진주처럼 맑고 아름다운 빛을 발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사랑은 우리 속에 있는 온갖 부정적인 성품을 다듬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안에 있는 불순물들을 모두 버리는 일이다. 사랑은 시기하지 아니하며,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고 믿고 바라며 견딘다고 했다. 사랑의 씨앗이 우리 속에 자라게 되면, 우리 속에 있는 이기심과 교만과 욕심을 버리게 만든다. 자만심과 아집과 편견을 버리게 한다. 그리하여 사랑이 자라서 우리 안에 틀을 잡으면, 우리 마음은 가난해지고, 깨끗해지며 순수해진다. 그렇게 되면 가지려 하기보다는 주는 자가 될 것이고, 대접받기를 바라는 것보다 남을 도와주는 자가 될 것이며, 자기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고 내주는 자리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랑이 우리 안에 자리잡기까지는 많은 아픔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은 자기의 욕심과 자존심까지 버려야 하기에, 소유하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내주며 희생하는 것이기에 아픔이 수반하지 않을 수 없다. 진주조개가 자신 속에 들어와 박힌 진주 씨앗을 영롱한 진주로 만들어내기까지 수많은 아픔을 이겨내야 하는 것처럼. 세상을 바꿔나가는 것은 지식이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사랑이요, 지식은 전수되는 것이지만 사랑은 내 속에서 키워야 한다. 내 가슴에 사랑의 씨앗을 심어라.
최종편집:2024-05-17 오후 04: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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