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현충일이 되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소년기에 이 친구는 너무나 어른스러워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을 태연스레 실행해 주변을 놀래키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이 친구는 매년 현충일 아침이면 꼭 우리집에 나를 찾아와 “충혼탑에 오늘 놀러가면 떡을 준다고…” “일찍가야 자리 차지하고 떡을 많이 받는다고…” 게으름을 피우는 나를 재촉하여 충혼탑에 올라가 떡 생각에 현충일 행사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곤 했었는데. 이 친구는 행사 순서도 잘 알고 충혼탑에만 가면 더 어른스러워져 식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도 한번 붙이지 못했었다. 이렇게 해서 본의 아니게 매년 현충일날은 충혼탑에 참배하는 계기가 되었고. 성장해서 공무원이 된 나는 1975년도 성주군청 내무과 복지계에 근무하면서 그 해 6월 6일 직접 현충일 행사를 주관, 진행하면서 식에 참석한 소년·소녀들에게는 특별히 음식을 많이 나누어 준 기억이 있다. 그 후 참여치 못하다가 사무관이 된 후 실과장과 읍면장은 참석토록 되므로 매년 참배하게 되었는데 충혼탑에만 올라가게 되면 자동적으로 그 친구가 생각되곤 하였다. 올해는 50회 현충일 예년과 같이 오전 10시에 전국적으로 사이렌이 울고 사회자의 구령에 따라 묵념을 하여 주위가 조용한데 이름 모를 산새의 지저귐이 요란하게 들려 이상히 여겨져서 고개를 들고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니 충혼탑 옆 참나무 가지에 산새 한 마리가 앉아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고… 조금 떨어진 가지와 가지 틈새에 새 둥지가 나뭇잎 사이로 보였고… 보이지는 않으나 둥지에는 새끼가 있지 않겠는가? 라는 평온한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 식은 진행되어 조총 순서가 되어 “따당땅” 하는 총소리와 함께 일어난 일은? 매 한 마리가 이 산새를 노려 하강해 매의 발톱이 거의 산새에게 닿으려는 순간 조총소리가 났고 총소리에 혼비백산한 매는 하늘 높이 날아 올랐다. 순간적으로 산새가 총소리에 살았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조금 지나니까 “왜 그랬을까?” “매가 노리고 있었는데 왜 도망가지 않았을까” “아∼ 이래서 그렇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둥지에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둥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기 몸을 미끼로 새끼를 보호하고 있었구나! 총소리에 놀라 달아난 매는 산새 둥지를 잊어버리고 다음 번에 공격하지 않을까? 새대가리니까 기억력이 없으니 잊어버리고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재차 매가 잡으려 온다해도 충혼탑에 혼령들이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다. 새 새끼들이 곱게 잘 자라기를.... 그 친구는 6.25 전쟁에 전사한 아버지를 한번도 보지 못한 채 태어난 유복자로 부모를 잃고 삼촌과 숙모밑에서 유년시절을 보내 어른스러워졌고 현충일은 아버지 제사일이므로 당연히 충혼탑에 참배해야겠으나 혼자 가기는 싫고 하여 이러한 일들을 동무인 나에게는 말하지 아니하고 충혼탑에 가면 떡을 준다고 꼬득여 나와 같이 간 것일 것이다. 친구의 삼촌은 커서 효도하겠다는 친구의 말을 믿었을까? 서울 가서 성공하겠다던 친구는 친구의 삼촌이 돌아가실 때까지 한번도 찾아온 것을 못 봤고 돌아가신 후 숙모에게 엎드려 삼촌에게 못 다한 것까지 효도하겠다던 친구는 서울 있을 때는 명절날 한두번 보이더니 지금은 외국에 돈벌러 나가 못본지 오래 되었다. 2005년 6월 6일 충혼탑에서…
최종편집:2025-05-16 오후 01:43:55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페이스북포스트인스타제보
PDF 지면보기
오늘 주간 월간
출향인소식
제호 : 성주신문주소 :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읍3길 15 사업자등록번호 : 510-81-11658 등록(발행)일자 : 2002년 1월 4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성고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45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최성고e-mail : sjnews1@naver.com
Tel : 054-933-5675 팩스 : 054-933-3161
Copyright 성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