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공자님께서는 "하늘과 땅 사이의 만물 중에서 인간이 가장 존귀하다"고 하셨고, 부처님은 "천상천하에서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고 하셨으며,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라고 하셨다. 이러한 말들은 모두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귀중함을 강조해서 한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하여 인간의 희소가치가 상실되고, 황금만능의 풍조는 돈을 인간 위에 올려놨으며,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기계의 노예 상태로 전락하여, 그렇게도 존귀하게 여겼던 인간은 한낱 물질보다도 더 천시되고, 인간의 생명이 파리 목숨처럼 경시되고 있다. 그래서 사회 곳곳에서 `생명 존중`의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의 생명을 육체에 속해 있는 생명에만 국한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명예를 존중히 여기는 사람에게는 명예가 생명일 수 있고, 정숙한 여인에게는 정조가 생명일 수 있으며, 사람에 따라서는 직장이 생명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생명 존중은 널리 인권의 존중과 인격의 존중까지를 포괄한 말이며, 나아가서는 모든 생물체의 존중까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슈바이처 박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어떤 젊은이가 저녁 식사를 들려고 하는 자리에 찾아와서 슈바이처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슈바이처는 식사에는 손도 대지 않고 그 젊은 탐구자를 이해시키기 위해 애썼다. "나의 철학은 생명의 존중이오. 나는 하나의 생명체요." 하면서 식사가 싸늘하게 식을 때까지 이야기를 계속했는데, 결국 그 젊은이는 싸늘하게 식은 음식을 보면서, "저것이 나로 하여금 박사님의 철학을 이해하게 해주었습니다." 하면서 돌아갔다. 그의 생명 존중의 철학은 바로 인격 존중의 철학이었다. 슈바이처에게 보내어진 한 바구니의 잘려진 꽃을 받고는 그의 부인은 몹시 당황했다. 슈바이처가 그 잘려진 꽃을 보면 언짢게 여기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황하고 있는 아내를 보고 눈치챈 슈바이처는 "신선한 물이 담긴 꽃병에 그 꽃을 꽂으시오. 나는 꽃이 상한 모습을 보기를 좋아하지 않소. 그러나 꽃을 보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도 안되지오. 내가 그들에게 감사한다는 것을 그들이 볼 수 있는 곳에 내놓으시오"라고 했다. 여기에서도 그의 생명 존중의 일념과 그의 참된 인간애를 엿볼 수 있다. `흥부전`에서 우리는 우리 조상들의 생명 존중의 사상을 읽을 수 있다. 흥부는 게으르고 무능하며 남의 매를 대신 맞아주는 바보스러운 형편없는 인물이었지만 그가 제비 한 마리의 생명을 귀중히 여겼다는 점이 그의 모든 부족과 결함을 덮어주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곧잘 무엇인가 당대에 결판을 내고 성취해 보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벼락부자가 되려고 모험을 하거나, 쉽게 출세하기 위해 정도를 벗어나 권모술수를 쓰다가 자기뿐만 아니라 남의 신세까지 망치는 일들을 많이 본다. 단기간에 무엇인가를 이루어 보려는 성급한 생각보다는 더 긴 안목을 가지고 당대에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후손들이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는 마음이 아쉽다. 이조 18대 현종 때 안동 김씨의 중시조라 할 수 있는 김안길(金安吉)은 집이 가난하고 벼슬을 하지 못해 나이 30이 넘도록 장가도 들지 못하고 있던 중에 친구의 소개로 어떤 대가의 혼기를 놓친 노처녀와 결혼하게 됐다. 그런데 별당에서 보내는 첫날밤에 신부가 진통을 하더니 옥동자를 낳았다. 너무 어이가 없고 괘씸한 생각이 들어 당장에 장인 장모를 불러 호통을 치고 그 사실을 관가에 고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두 생명을 한꺼번에 죽이게 된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고쳐 먹고 남몰래 아기만 내다 버리기로 했다. 강보에 싼 아기를 안고 담을 넘어 장동교 다리 밑에 아기를 두고 돌아섰으나 죄 없는 아기의 울음 소리를 뿌리칠 수가 없어 다시 마음을 돌이켜 근처에 홀로 살고 있는 고모에게 갖다 주어 기르게 했다. 날이 샐 무렵 이번에는 신랑이 진통을 했다. 그 소리를 들은 본당의 장모가 와서 의원을 부르려 했으나, 자기 병은 자기가 안다면서 미역국을 끓여다 달라고 해서 신부의 산후 구완을 해주었다. 세월이 흘러 25년, 벼슬길을 놓치고 남산 기슭 오두막에 살고 있던 어느 날 밤, 현종이 미복 잠행 중에 김안길의 글 읽는 소리를 듣고 들어가 그의 과거사를 알게 되었다. 다음 과거에 꼭 응하라고 권고하고는 과제를 `첫날밤에 사내 아이를 얻다(娶妻初夜得男兒)`로 해서 김안길로 하여금 급제하게 했다. 이리하여 그는 벼슬길에 오르게 되고, 그의 후손들이 축복을 받아 영조·정조·순조 3대에 걸쳐 사상 유래가 없는 세도를 누리게 된 것이다. 영국 속담에 "하루를 행복하려면 목욕을 하고, 1주일을 행복하려면 이발을 하고, 한 달을 행복하려면 새 말을 사며, 1년을 행복하려면 새 집을 사라. 그러나 평생을 행복하려면 정직하라"고 했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고 싶다. "후손이 행복하기를 바라면 생명을 존중하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 받는 생명들을 구원하기 위해 자신들의 생명의 위험도 무릅쓰고 헌신하는 의료진 여러분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하나님의 가호와 위로가 함께하시기를 빈다.
최종편집:2024-05-20 오후 03: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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