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벌써 산에 들에는 초목들이 싹을 내밀기에 바쁘다. 얼마 안 있으면 초록으로, 또 진초록 으로 짙어갈 산천은 이제 막 잠에서 깨나려고 뒤척이는 중이다. 뜨락에 부지런한 산수유가 벌써 노랗게 피어났는데, 진달래는 흙발을 조금씩 꼼지락거리며 일어날 채비를 한다. 봄이 정말 오긴 왔나 보다. `묻혀 사는` 시인은 봄의 한가운데서, 꽃 지는 아침에 일어나 미닫이를 통해, 스러지는 별과 귓전에 쌓이는 뻐꾸기의 울음에 섞여 은은히 비쳐 나오는 붉은 빛의 미세한 실루엣을 보며 속울음이 터져 나옴을 느낀다. `꽃 지는 아침에 울고 싶어`지는 것이 어찌 시인 뿐이랴만, 이런 날은 꽃잎 지는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며 눈이라도 감을 일이다. ( 배창환 ·시인)
최종편집:2025-05-14 오후 05: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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