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로 접어들면서 가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고 지나갔다.
절정을 이루던 가로수의 단풍도 우수수 떨어져 흩날리다가 행인들의 발에 밟히는 모습이 안쓰럽다. 여름내 푸르게 무성하던 잎들이 가지와 이별을 하고 썩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섭리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천리(天理)이리라. 잎을 떠나보낸 나무는 겨우 내내 나목(裸木)이 되어 찬바람을 버텨내야 할 것이다. 길에 떨어 진건 낙엽만이 아니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과 함께 바닥에 널린 은행 알이 깨져서 풍기는 악취는 코를 막게 한다. 살면서 저런 냄새가 나지 않게 살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길을 걸으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두 장 밖에 남지 않은 달력을 바라보면서 이 가을 채움과 비움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차가운 날씨에 옷깃을 여미게 하는데도 열기가 식기는커녕 더욱 뜨거워지는 곳이 있어서 한번 살펴보려고 한다.
멀리 바다건너 미국에서는 대통령선거가 막판에 접어들어 승패를 점 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집권하고 있는 트럼프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느냐 아니면 정권교체를 노리는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새로운 대통령으로 탄생 될 것인지 미국의 복잡한 간접선거 방식 때문에 결과를 쉽게 내다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전체 득표를 많이 해도 선거인단 확보에서 지는 경우가 있어서 개표집계가 끝나봐야 결과를 알 수 있으리라고 본다.
국내에서는 내후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예비주자들의 여론조사가 계속 메스컴을 장식하고 있고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는 여야의 힘겨루기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그에 못지않게 선거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곳은 바로 인사동이다.
제25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선거가 내년1월에 있는데 미술인들의 심부름꾼이 되기 위해서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저마다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이다.
4년마다 있는 미술계의 수장을 뽑는 이 행사는 올해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각 캠프에서는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는듯하다.
여기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소개해보려고 한다.
먼저 양 성모후보를 만나보자.
현 집행부에서 수석부이사장으로 재직 하던 중 올 초 이 범헌 이사장이 예총회장에 당선되자 1년 정도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일하면서 미술행정의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수채화가로서 작은 그림미술제 대표, 서울 미협 부이사장, 한국 자연 동인전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였으며 그 외 수많은 행사를 통해서 미술인과의 폭넓은 교류를 가지면서 특유의 친화력으로 마당발인맥을 가지고 있다. 양 작가는 1997년 서울생활을 접고 충주시의 어느 작은 분교에 작업실을 마련하여 그곳에서 23년간 창작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미술인들의 새로운 복지제도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청년 작가를 위한 창작공간제공과 예술활동 지원 약속을 하고 있는 양성모 후보가 당선되어 그의 큰 뜻을 펼칠 수 있을지 한번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다음은 이광수후보,
4년 전 출마했다가 이 범헌 후보에게 23표차로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했던 이 후보는 아마 4년간 가슴속에 칼을 갈았으리라고 본다.
몇 번이나 재검표를 하였지만 결과를 뒤집지는 못하고 승복할 수밖에 없었던 그 당시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 가히 짐작이 간다. 중앙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고 백석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전국미술평생교육관 설립, 국제미술협회(iaa)한국본부회복 및 의장국추진, 미술인공제회설치, 외 차별화된 공약으로 정체현상과 퇴보하는 미술계에 희망을 안겨주는 미협을 만들겠다고 한다. 와신상담으로 재도전에 나선 이후보가 이번에는 광수생각의 마법이 통해서 미술인의 큰 심부름꾼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기로 한다.
최 성규 후보.
최 성규의 희망캠프로 문을 연 최 후보역시 재도전이다. 지난선거에서 열심히 했지만 미술협회 입성에 실패하여 4년간 열심히 준비해서 다시 한 번 미술인들의 심판을 받기위해 출사표를 던진 경우다. 귀공자 같은 외모와 평론가로서도 활동하는 미술이론가이기도 한 최 후보는 경북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으며 과거 협회의 미술정책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잘 살려서 미술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화합으로 미협쇄신, 혁신으로 미협재건 ,미술인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어떻게 미술인들의 대변자로 거듭날지 최 후보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본다.
허 필호 후보.
공예가로서 경남 잔주 출신인 허 후보는 한동안 한국미술협회 공예분과에서 행정업무를 담당하면서 많은 행사와 마술인의 권익과 위상을 위해 일한 경험을 토대로 새롭게 미협을 개혁하기 위한 적임자로 자임하면서 정직한 후보, 신뢰받는 미협, 존경받는 미술인이라는 슬로건아래 미협 재단법인설립, 미술대전 개혁, 지회지부장과 전 회원 권익보호, 미술관건립 등의 공약을 내걸고 있다.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진주지부장, 진주 남강유등축제, 개천예술제 운영위원,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사)대한민국전통공예협회 이사장, 코리아 아트 페스타 운영위원장을 맡고있다. 그의 화려한 경륜과 포기할 줄 모르는 뚝심의 정신으로 대업을 이루어 낼 수 있을지 결과가 궁금하다.
최 길순 후보를 알아보자.
경기지회장을 연임하면서 미술행정의 실무를 익힌 한국화가로서 미술인의 권익과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 이사장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최 후보는 얼마 전 까지 잔국투어 전시회를 성료 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전업 작가로서 지금 미술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최후보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내용을 미술행정에 잘 펼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수료, 한국미협 부이사장, 경기미술대전운영위원장, 한국예총공로상수상 등, 현재 한국현대감성포럼 대표로 있다.
훤칠한 외모와 중후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최 길순 후보가 미술인의 감성을 얼마나 자극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 형식후보.
미니멀의 계보를 잇는 뉴 미니멀 아티스트로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는 작가로 알려진 김 형식후보는 이번 이사장후보 중에 가장 젊은 후보가 아닌가 생각된다. 강남미술협회 회장으로 제직하면서 보여준 혁신으로 투명하게 미협을 이끌겠다는 각오를 피력하고 있으며 젊은 지도자로서 개혁을 통한 미협 발전을 선도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경희대학교에서 미술교육(서양화)을 전공하였으며 국민대학교에서 박사학위 취득, 세종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젊은 패기와 추진력으로 뛰는 김 후보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지금 미술시장은 황폐화되어 작가들이 제대로 작품 활동하기는 너무 어려운 현실이다. 전업 작가는 생활현장으로 내몰리어 붓 대신 택시운전대를 잡기도하고 건설현장의 일용직이 되어있기도 하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사동 거리는 사람들의 왕래가 줄어들어 썰렁하기만 하고 전시장에는 문이 닫혀있는 곳이 많고 어쩌다 전시를 하더라도 관람객이 잘 오지 않으니 작가혼자서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나 자신도 본부 임원과 단체 회장으로 일한적도 있고 지난선거에서는 부이사장 후보로 직접 선거를 치루여본 경험이 있지만 이런 어려운 시기에 미술협회가 뭘 할 수 있을지 참으로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 했으니 어떤 후보가 이사장으로 선출되더라도 3만 미술인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리라 믿으면서 회원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본다.
비 그친 거리에는 떨어진 낙엽들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스산한 바람은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