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시민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할 일이 있었다. 완주군이 2021년 예산에 새마을회관 건립비 지원예산을 포함시킨 문제 때문에 열린 토론회였다.   내용을 보니, 완주군이 총 20억 가까운 보조금 예산을 새마을회에 지원해서 새마을회관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건물이 완공되면 소유권이 새마을회에 있는 형태이다. 그야말로 세금으로 건물 하나를 지어주는 셈이다. 그리고 작년 연말에 전체 건축비 중 설계비 예산 1억2천만원을 완주군의회에서 우선 통과시킨 것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혜라고 할 수 있는데, 절차적인 문제까지 있었다. 작년말 당시에는 완주군의 `새마을운동조직 지원조례`에 새마을회관 건축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그런데 2014년 개정된 지방재정법에서는 원칙적으로 `해당 사업에의 지출근거가 조례에 직접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새마을운동조직 육성법`이 있기는 하지만, 그 법에서는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건물을 짓는 건축비 지원은 조직 운영에 필요한 비용으로 볼 수 없으니, `새마을 운동조직 육성법`이 지원근거가 될 수 없고 조례에 근거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뒤늦게 완주군은 올해 1월에 `새마을 운동 조직 지원 조례`를 개정하겠다고 입법예고를 했다. 조례가 없는 상태에서 새마을회관 건축비를 지원하면 지방재정법 위반이 될 수 있으니, 급하게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설사 조례가 개정된다고 해도, `예산부터 먼저 통과시키고 사후에 조례를 개정하는 것`은 절차위반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또한 특정 단체에게 세금으로 건물을 지어주는 것은 예산낭비로 볼 수밖에 없다. 지역주민 모두를 위해 사용되어야 할 예산이 특정단체가 소유할 건물마련을 위해 사용된다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예산을 써야 할 곳이 얼마나 많은가?   문제는 이런 완주군의 사례는 한 예일 뿐이라는 것이다. 전국 곳곳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새마을회관 건축비를 보조금 형태로 지원해 줬다. 그렇게 지어진 새마을회관의 공간 일부를 업체에게 임대해주고 임대료를 받아서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또한 여전히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매년 운영비와 사업비를 새마을조직에게 지원해주고 있다. 새마을 조직뿐만 아니라 바르게살기운동, 자유총연맹에게도 운영비와 사업비를 지원한다. 자발적으로 결성된 많은 민간단체들이 공모절차를 통해 사업비만 지원받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특혜라고 할 수 있다. 운영비 지원 액수도 단체별로 몇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달한다. 게다가 새마을지도자 자녀들에게는 장학금까지 지급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렇게 특정단체들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 이렇게 특혜를 받으니, 여전히 새마을, 바르게, 자유총연맹에게는 `관변단체`라는 딱지가 붙어 다닌다. 스스로는 `국민운동단체`라고 하지만, 외부에서는 관변단체로 보는 이유도 바로 `특혜`의 고리를 끊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마을, 바르게, 자유총연맹이 아예 보조금을 지급받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른 민간단체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사업비만 보조받으라는 얘기이다. 더 이상 운영비를 받는 특혜를 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회관건립비를 지원받는 것도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만약 이 단체들이 `우리에게 주던 운영비 예산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써 달라`고 스스로 얘기한다면 지역사회로부터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 이것이 지금의 시대에 이들 단체들이 `관변`의 딱지를 떼고 활동할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정치권은 이 단체들을 지원하는 법률들을 이제는 폐지해야 한다. 1980년 군사독재정권이 국가보위입법회의라는 불법적 기구를 통해 만든 `새마을운동 조직 육성법`을 포함해서 바르게, 자유총연맹을 지원하는 법률들은 이제는 시대에 맞지 않는 법률들이다. 이제는 이 법률들을 폐지해서, 이 단체들이 자율적인 민간단체로 다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시민사회의 건강성도 강화하는 길이다. * 외부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종편집:2024-05-20 오후 03: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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