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문제가 심각하다. 도심의 독거노인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보다도 시골에 홀로 방치된 노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자녀들은 밥벌이를 위해, 혹은 손자녀의 교육을 위해 도시로 떠난 터라 농촌에서 청장년층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아직까지도 농어촌 지역은 도시만큼 사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 홀로 생활하던 어르신들이 때로 어려움이 닥쳐도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연유로 홀로 쓸쓸하게 임종을 맞는 고독사도 발생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삶의 수단과 터전이 대부분 도시에 집중되다 보니 젊은 세대들에게 농촌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농토를 지키며 평생 뿌리내린 삶을 살았던 어르신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황량한 도시 생활에 편입되기를 강요하는 상황도 이치에 맞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도시 독거노인 문제와 달리 농어촌 독거노인의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미 마을 단위로 누구네 집 숟가락 개수까지 꿰고 있는 농어촌 사회의 오랜 공동체 문화 덕분이다. 많은 지역에서 청장년이 빠져나가 홀로 남겨진 어르신들을 자발적으로 돌보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동네 경로당을 통해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식사도 하고 어려움도 나누는 등 사실상 그룹홈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차제에 이런 경로당과 마을회관의 역할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그룹홈에 대한 정부 사업을 제안한다. 일례로 지난 2016년 대한노인회와 경북 성주군은 주택금융공사와 함께 `실버행복 그룹홈`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실버행복 그룹홈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이웃과 함께 숙식할 수 있는 공동 주거시설이다. 방, 샤워실, 세탁실, 주방이 갖춰진 공간을 새로 짓는 동시에 기존 경로당의 기능을 보강해 공동주거가 가능하도록 시설을 갖췄다.
사실 이런 사업은 공간이나 시설이 중요한 게 아니다. 보다 훨씬 어려운 조건은 그룹홈의 취지를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가의 문제이다. 그런데, 고맙게도 우리 농어촌의 공동체 문화에 이런 소프트웨어가 이미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로당을 중심으로 그룹홈 성격의 돌봄 문화가 존재했다. 어르신들이 밤에는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지만, 낮이 되면 마을 주민들과 경로당에 모여 함께 생활한다. 이 때문에 누가 몸이 편찮은지, 누가 어떤 대소사를 앞두고 있는지 훤히 꿰뚫고 살아간다. 한 마디로 마을 단위의 대가족이 형성된 것이다.
농어촌에 남겨진 엄청난 숫자의 독거노인들은 이렇게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간다. 이 때문인지 그동안 큰 사회문제로 비화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정부나 사회복지 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문화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이런 훌륭한 문화를 잘 보존할 수 있는 육성과 지원이다. 또한 공동체 문화의 소중함을 계승할 수 있도록 관심과 연구가 뒷받침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