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풀리고 봄 내음이 번지면
게으른 농부도 괜스레 바빠진다
옆집 농부의 밭을 곁눈질하고
며칠 전 정리해 둔 밭에 퇴비와
유박비료 뿌리기 작업을 한다
건너편에 지내시는 윤씨 아저씨가
"퇴비를 아주 가지런히 잘 뿌렸네."
라고 하시더니 퇴비 한 포를
번쩍 들어 옆구리에 차고 좌우로
설겅설겅 걸어가며 시범을 보여주신다
칭찬인줄 알았다가 그제야
무슨 뜻이었는지 알아차린다
일찌감치 밭일 마치신 옆집 황씨 아저씨
농막에서 막걸리 한 잔을 새참으로 얻어먹고
유박비료 뿌리기 작업을 한다
유박은 고체 알갱이로 바가지에
담아서 뿌리기에 훨씬 수월하다
내친걸음에 윤씨 아저씨로부터
나뭇가지 치는 방법을 배워서
미니사과, 천도복숭아, 살구나무,
보리수나무 가지치기를 한다
오늘도 게으른 농부는
황씨 아저씨의 막걸리 인심과
윤씨 아저씨의 지혜를 빌어서
하루 일을 마무리 한다
몸은 뻐근하지만 새로운 씨앗을
뿌릴 생각을 하니
마음은 한결 가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