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 29일.
요즘 날씨는 좀 이상하다. 그래서 이상기후라고들 하는가. 지금은 시기적으로 볼 때 장마 올 때 아닌데도 사흘이 멀다하고 비가 내리고, 바람도 분다하면 태풍처럼 강하게 불곤 한다.
어제는 성주읍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혼줄이 났다. 오전부터 흐린 날씨가 바람도 불고 하더니 오후 1시경부터는 태풍 같은 바람과 함께 비가 온다. 비가 온다기 보다 그냥 하늘에서 물을 양동이로 쏟아붓는다는 표현이 나을 듯하다. 우회도로를 이용하여 군청앞까지 왔을 때는 완전 앞이 보이질 않아 방향 감각 조차 잃어버렸다. 어디 잠시 주차했다가 오면 될 일이지만 아침에 청소한다고거실 창문을 활짝 열어 놨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하여 더욱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방향을 모른 채 가다보니 도로 바닥에 일방통행 표지가 나와 시장 통로라는 것을 알고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성밖숲 도로를 지나 다시 우회도로를 진입하게 되어 성주 시가지를 한바퀴 돌아 집에 왔다. 평생 처음 당해본 일이라 황당했었다. 밤이 지나 새벽이 되니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새벽닭이 울고 산새들이 지저귀는 평온한 아침이다.
오늘도 역시 참외밭에 출근하여 주위를 돌아보니 난리가 났다. 참외밭 자투리에 검정비닐을 깔아 심어 놓은 옥수수가 큰 수난을 당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시기를 당기지 못하고 좀 늦게 심어 겨우 20센티 정도 자란 어린 옥수수가 바람에 벗겨진 비닐을 덮어쓰고 쓰러지고 뿌리도 뽑히고 잎은 찢기고 난리통에 얼마나 휘둘렸는지 몸살을 당했다. 비닐을 다시 정리하고 뽑히고 쓰러진 것은 흙을 모아서 다독여 세워 주었다. 튼튼하게 잘 자라서 탐스런 옥수수가 열리기를 기대하며 열심히 하다 보니 한 나절이 훌쩍 넘어갔다. 시간이 왜 이리도 잘 가는지.
바쁜 일상에서 살다보니 어느새 오월도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빠른 것은 비행기라고 했는데 비행기보다 빠른 게 세월인가 보다.
매일을 아쉬움으로 채우는 부족한 삶 속에서 남은 인생 단편을 좀더 멋지게 설계한다면 죄없는 세월을 탓하지 않으련만 소중한 스스로의 존재감을 존중하는 마인드로 살아간다면 세월 두고 밑지지 않은 인생(人生)이라 하고 싶다.
사계(四季) 중 아름다운 봄. 만물의 생명에 존재감을 싹틔우게 하니 귀하고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 중 마지막 5월은 더욱 의미 깊은 달이다.
전 세계 인류들은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그 소중함을 UN으로부터 1989년 5월 15일을 가정의 날을 제정하고 2004년 다시 가정의 달로 정하였다.
오월에는 뜻깊은 각종 기념일이 많다. 5월 5일 어린이날, 5월 6일 청소년의 날, 5월 8일 어버이날, 5월 셋째 월요일 성년의 날, 5월 21일 부부의 날 등이다. 부부의 날은 2007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어 둘(2)이 하나(1)된다는 의미로 5월 21일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여기서 마지막 기념날인 부부의 날에 즈음하여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각인할 수있는 몇편의 글을 옮겨 보았다.
부인 찬양(婦人讚楊)
아내가 행복(幸福)해야
인생(人生)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명재천(人命在天)
아내가 행복해야 삶이 행복하고
남편이 편하다
남편의 운명은 아내의 손에 달려있다
특히 나이 들어가면서
이러한 진리는 두드러진다
칸트는 남편 된 사람은 아내의 행복이
자신의 전부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부터 아내의 존재를
황금같이 보면 삶이 달라진다
貧 賤 之 交 不 可 忘 빈천지교 불가망
糟 慷 之 妻 不 下 堂 조강지처 불하당
빈궁할 때 사귄 벗은 절대 잊어서는 안되고
가난할 때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는 버리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아내라는 말처럼 정답고 마음 놓이고 아늑하고 편안한 이름이 또 있을까. 좋은 글이라 옮겨 보았다. 어느새 해가 서산 고목 가지에 걸리니 마지막을 오월도 아쉬움으로 함께 걸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