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는 `비례대표`에 대한 오해가 많다. 그 원인은, 지금 `비례대표`라고 불리는 일부 국회의석이 사실은 군사쿠데타 직후에 도입된 `전국구`의 후신이기 때문이다. `전국구`는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만들려고 도입된 것이 아니다. 1963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박정희 정권측이 국회의원 시켜주고 싶은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쉽게 만들어주는 수단으로 도입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전국구`라는 제도는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기 위한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와는 무관하게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2000년에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전국구`의 명칭을 `비례대표`로 바꾸면서 오해가 생긴 것이다. 오해 중에 대표적인 세 가지를 꼽으면, 아래와 같다. 첫째, 비례대표 순번은 정당이 정해야 한다는 오해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는 많은 국가들은 유권자들이 정당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당별로 배분되는 의석수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정하고, 그 정당 안에서 누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될지도 유권자들이 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개방형 명부(open list)라고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비례대표 의석조차도 정당이 순번을 정하게 된 이유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5.16군사쿠데타 직후에 박정희 정권 측이 자신들이 미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당선시킬 목적으로 `전국구`라는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당이 상위순번을 준 사람이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렇게 국회의원이 된 대표적인 사람이 나중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했던 `차지철`이었다. 그는 육군소령으로 예편해 1963년 총선에서 불과 30세의 나이로 전국구 국회의원이 되었다. 두 번째 오해는, 비례대표 명부는 `전국 단위`로 작성하는 것이고, 비례대표는 지역대표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많은 국가들은 비례대표 명부를 권역별로 작성하고 있다. 권역별로 정당들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구`가 아니라 `경북권역 비례대표`, `전남권역 비례대표`가 선출되게 된다. 비례대표도 자기가 선출된 권역을 대표하는 지역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 오해는, 비례대표는 전문성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는 과거의 `전국구` 방식을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논리라고 할 수 있다. 거대정당 지도부가 비민주적으로 공천한 사람들을 비례대표로 만들려고 하다 보니, 이런 논리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는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기 위해 발명된 제도이다. 즉 승자독식을 방지하고, 정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 것이다. 이것이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취지이다. 그리고 이런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면 다양한 정치세력이 국회에 들어갈 수 있게 되고, 그 결과로 다양한 목소리가 대변될 수 있다. 다양한 전문가들도 국회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비례대표의 `전문성`은 비례대표제가 얻을 수 있는 결과물 중에 하나일 수는 있어도, `전문성` 때문에 비례대표가 필요하다는 것은 근거가 희박한 얘기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 국회 안팎에서 이뤄지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가닥을 못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에 대한 무지와 오해가 개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완벽한 선거제도는 없더라도, 더 나은 선거제도는 있다. 그리고 더 나은 선거제도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목은, 유권자들의 표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표의 등가성>이다. 그리고 지역내에서도 표의 등가성이 반영되면, 특정 지역을 특정 정당이 지배하는 `일당지배`는 성립될 수 없다. 대구ㆍ경북에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표가 상당하고, 호남에서도 국민의 힘을 지지하는 표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수정당을 지지하는 표도 전국적으로 상당히 있다. 이런 표들이 사표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선거제도 개혁이 추구해야 할 제1의 목표이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개혁`이 될 수 없다. 어떤 형태로든 <표의 등가성>이 훼손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일 뿐이다. 올해 4월 10일이 선거법을 처리해야 할 법정시한이므로, 시간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대선 때부터 선거제도 개혁을 약속한 민주당은 당론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의 힘도 물론이다. 김진표 의장이 약속한 국회 전원위원회도 3월에는 열려야 한다. 그 모든 논의에서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은 <표의 등가성>이다.   * 외부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 수 있습니다.
최종편집:2024-04-25 오후 07: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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