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입추에서 입동까지의 계절입니다. 입추는 여름의 대서 직후로 실제로는 아직 더운 날이 계속 되지만 더위는 이미 고비를 넘어 아침저녁으로 나무를 스쳐가는 바람이나 높고 푸른 하늘, 동, 식물의 변화 등으로 가을의 분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가을’ 하면 흔히 말하기를 결실의 계절, 국화의 계절, 단풍과 낙엽의 계절, 소리의 계절등 여러 가지 계절을 붙여 말을 합니다. 아마 가을이 그 만큼 좋은 계절이라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가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친구에게 한 적이 있습니다. 화려함, 단풍, 높고 푸른 하늘, 여행, 누른 들판, 추수, 외로움, 쓸쓸함, 그리움, 갈색, 벌레들의 울음소리 등등 각양각색의 답이 나왔습니다. 여기에서 내가 느낀 것을 몇 가지로 분류를 한다면, 가을의 열매, 국화꽃, 단풍과 낙엽 등입니다. 대부분의 초목은 봄과 여름에 꽃이 피고 가을에 맺은 열매를 생각하게 됩니다. 다 익은 곡식이나 과실은 가을을 물들이고 풍성한 결실을 가져옵니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국화꽃이 외로운 마음을 달래기나 하려는 듯이 그윽한 향기를 피웁니다. 그밖에 도라지나 코스모스와 같은 꽃들이 피지만 가을의 산과 들에 피는 꽃들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이 깃든 청초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가을국화는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는 봄이나 여름에 피지 않고 차가운 늦가을에 고고하게 피며 찬바람이 강하게 부는 들판이나 산모퉁이 바윗돌 옆에 외롭게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세속에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인생의 진실을 가르치는 선생님 같은 느낌이 듭니다. 국화는 늦가을에 다른 대부분의 꽃들이 시들고 난 후에 서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고귀하고 고결한 모습으로 피는 것은 어디에서 배운 것일까요? 국화꽃이 피기까지 찬바람에 시달리면서 어려운 역경과 고통을 견디어 낸 경험을 했기 때문에 국화는 성숙 된 멋을 지니고 있고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굳은 의지로 살아가는 충절과 여인의 절개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국화꽃으로 만든 국화주나 국화차는 향기롭고 그 맛이 감미로우며 장수를 상징하기 때문에 우리 선조들이 국화차나 국화술을 즐겨 마시며 국화를 소재로 한 시도 함께 읊으면서 깊어가는 가을에 풍요를 즐겼다고 합니다. 또 가을하면 단풍과 낙엽을 생각하게 됩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단풍이 고운 옷들을 영원히 입고 있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화려한 의상을 입기 위해 속살을 드러낸 체 추위에 떨어야 했고 온 힘을 다하여 뿌리에서 물을 나뭇가지 끝으로 열심히 보내야 했습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밤새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폭풍을 견디어야 했고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을 온 몸으로 받으며 고통을 이겨내야만 했습니다. 그 결과 나무는 우리가 아름다움에 탄성을 지르며 보고 즐기는 단풍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도 잠시... 단풍은 이내 낙엽이 되어 우리의 발길에 체이고 바람에 뒹굴며 알지도 못한 곳으로 가고 맙니다. 하지만 낙엽은 나의 스승이 되어 깨달음을 주고 나는 단풍의 그 화려함도 젊음도 한 때임을 낙엽에게서 인생을 배우는 것입니다. 낙엽은 누구나 자기를 보던지 말던지 늘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때 미소를 띠면서 나무에서 떨어져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가을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깨달음으로 어려운 역경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인생을 공부하게 됩니다.
최종편집:2025-05-15 오후 01: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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