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고향은 지금은 충주시와 통합되었지만 수안보 온천이 있는 충북 중원군입니다. 1952년 6.25 전쟁 와중에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저는 6남매에 조카들로 가득한 대가족 속에서 스무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던 것과는 달리 두 아이를 얻고 나서 오래지 않아 짧은 인연을 끝으로 헤어져야한 했습니다. 남편과 헤어진 저는 친정에 두 아이를 두고 식당에 종업원으로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곳 가천으로 들어왔을 때는 초라한 종업원으로 시작하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위 많은 분들의 도움을 얻어 조그마한 가게를 얻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주인이라는 단어를 얻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내 집과 내 가게가 생기자 제일 먼저 한 것은 친정에 두고 온 두 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5년을 넘게 헤어져 살아야 했던 우리 가족이 다시 모이게 되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친정에 두고 온 아이들이었기에 명절날이 아니면 볼 수가 없었고 명절날이라고 해야 한 며칠 보는 것이 다였습니다. 아이들이 제 곁에 있게 된 것은 삶의 가장 큰 희망을 얻은 것과 같았습니다. 혹시라도 다른 길로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였지만 둘째는 전교 어린이 회장을 하고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학생회장을 할 만큼 밝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주었습니다. 물론 첫째아이도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입학할 만큼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런 아들 앞에서 저는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식당에 내 스스로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그런 나의 생활을 남들에게 당당히 내보일 수 있을 때 나의 아들들로 자랑스러워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식당은 나의 직업이기에 앞서 엄마로서 당당히 설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고기집 같은 식당으로는 남들처럼 밖에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성주에는 없는 횟집을 하게 되었고 그것은 당시로서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돈이 모자라서 농협 대출을 받아 시작한 횟집은 몇 년 지나지 않아 대출금을 모두 갚아서 온전한 저희 식당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 성주 읍내뿐만 아니라 가천 지역에도 대가천 강가를 중심으로 몇몇 횟집이 생기자 저희 식당도 차츰 설 자리를 잃어 갔습니다. 식당이 예전만 못하게 되자, 저는 메뉴를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꿩샤브샤브를 알게 된 것은 저의 고향이기도한 수안보를 다녀온 후였습니다. 90년대 중반 횟집 경영에 위기를 느끼던 차에 저의 고향인 수안보를 찾게 되었고 몰라보게 발전한 수안보 온천의 모습 속에서 발견하게 된 것이 꿩샤브샤브 요리였습니다. 꿩 한 마리를 가지고 탕수육과 야채볶음, 만두, 수제비 등을 만들어 내는 모습에서 신기하기도 하였고 꿩 뼈다귀에서 우려나는 육수에 독특한 맛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른 음식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담백한 맛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요리이기에 앞서 새롭게 도전해볼 만한 요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꿩샤브샤브로 요리를 배우게 되었고 결국 횟집에서 꿩샤브샤브로 주 메뉴를 바꾸게 되었던 것입니다. 위기가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준 결과였습니다. 식당의 생명은 음식의 맛에 있습니다. 처음 식당 문을 들어섰을 때는 요기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어떤 요리가 맛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설 때는 그 식당의 맛을 안고 나갑니다. 만약 그 손님이 맛을 본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았거나 맛있지 않았다면 그 발길을 다시 식당으로 오게 할 수는 없습니다. 맛이 없으면 손님은 당연히 없게 됩니다. 어떤 음식을 차려 놓더라도, 단 몇 가지의 반찬을 차려 놓더라도 맛있어야 하며 그 맛은 단순한 재료의 맛이 아니라 주인의 손끝에서 나오는 맛이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제공되더라도 그에 걸맞는 서비스가 없다면 손님이 다시 찾지 않습니다. 맛있는 음식은 식당 주인과 종업원의 서비스에 의해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비록 음식 맛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친절한 종업원들의 서비스가 함께 한다면 한번쯤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한번 찾은 손님을 변함없는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맛과 서비스의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손님이 식당에 들어오는 순간 친구와 같이 소중한 사람으로 맞이했습니다. 식당은 더 이상 음식만을 먹는 곳이 아니라 먼 곳에서 친구처럼 찾아가고 친구처럼 맞이해야 할 공간인 것입니다. 예전에는 ‘손님은 왕이다’라고 많이들 이야기했습니다. 예전에는 손님을 단순히 왕처럼 편히 모시면 되었지만 이제는 손님은 왕처럼 행사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찾은 식당의 음식맛을 ‘귀신’같이 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찾은 식당이 다시 찾아 올만한 곳인지 아니면 다른 식당을 찾아가야 하는지 정확히 안다는 것입니다. 식당일을 시작하고 제가 종업원이 아닌 식당의 주인으로 설 수 있게 된 것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록 작은 식당을 운영하게 되었지만 저의 수입 중에 일부를 남을 위해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집을 찾는 손님에게 처음의 맛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해가는 사람들의 입맛도 맞추어 가야 합니다. 유명하다는 식당을 찾아다니면서 왜 그렇게 유명하고 맛있다고 소문난 것인지 직접 확인해 가면서 우리 식당의 음식과 견주어 가면서 꾸준한 메뉴 개발이 필요한 것입니다. 식당은 잠시 음식을 먹고 가는 공간이 아닙니다. 대문을 들어섰을 때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서야 하며 자리에 앉았을 때도 내집처럼 편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15년 전 빈손으로 여기와서 종업원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200평이 넘는 식당주인으로 또 이 지역 음식업주들의 권익보호와 복리의 증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직업에 긍지를 가질 때 더 큰 보람이 있으리라 믿으며…
최종편집:2025-05-15 오후 02: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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