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도 자원봉사경진대회-
성주여고 배민수
지난 5월 13일. 나는 참으로 뜻깊은 경험을 하고 왔다. 우주봉이라는 노인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이다. 우리 학교는 매년 체험학습 활동을 가지는데 여느 학교와는 달리 학년별 테마 체험학습활동을 가진다.
1학년은 학습의욕 고취와 우리 문화를 되돌아보는 대학방문 및 유적지 탐방을 하며, 2학년은 봉사활동을 통해 체험학습 활동을 하는 것이다.
처음엔 “괜한 고생만 하지 않을까?”, “내가 가서 뭘 하겠는가?” 등의 생각으로 내키지 않았지만 막상 우주봉에 도착하여 어르신들을 뵙는 순간 그동안의 부정적인 생각은 싹 달아나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어르신들을 친손녀처럼 섬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봉사활동에 임하기 전 우리들은 사회복지사 언니의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하였다. 나는 할머니들의 목욕을 도와드리는 일을 맡았다.
다른 친구들은 청소, 식사 도와드리기, 산책시켜드리기, 또 지루하지 않도록 춤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어르신들의 흥을 돋우어 드렸고, 각자 자기 영역에서 열심히 활동을 했다.
우주봉에 계신 어르신들은 대부분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라 최대한 조심을 해야 했다. 어느새 내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조금씩 허리와 팔이 아파왔지만 그분들이 불편하시지 않도록 최대한 애를 썼다.
많이도 야위신 분, 제대로 앉기조차 힘드신 분들, 손녀 같은 아이들 앞에서 아무것도 입으시지 않아 부끄러워하시는 듯 두 손으로 몸을 가리시는 분들을 보며 봉사활동 내내 마음이 아팠다.
목욕봉사를 잠깐 쉬는 동안 나는 어떤 할머니의 식사를 도와드렸다. 그분은 앉으시지도 못하기에 침대 등받이를 조금 높여서 식사를 하시는데 그 분의 식사는 미음이 전부였다. 그분께 미음을 떠 먹여 드리는 동안 허리를 굽히고 있었는데 당신 몸도 불편하실 텐데 내 허리 아픈 것을 염려해 주셨다. 그런 할머니를 보고 마음이 찡했다.
식사를 도와드리고 목욕봉사도 끝내고 나와 친구는 복도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의 어깨를 주물러 드렸다. 그런 우리를 보고 웃음을 보이시는 할아버지의 미소는 우리들 마음까지 훈훈하게 했다.
또한 주변을 돌아보니 모두들 소매를 걷어부치고 최선을 다해 섬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마쳐갈 무렵 몇 몇 친구들은 어르신들을 모시고 산책을 나갔고 남은 친구들은 어르신과 함께 신나게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그 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흥겨워하시는 어르신을 뵐 때마다 기쁨 속에서 허전함과 외로움을 느낄 수 있어 왠지 마음이 아파왔다.
봉사활동을 다녀온 지 벌써 수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것은 목욕 봉사를 하던 중 어떤 할머니께서 내 손을 붙잡고 우시면서 하시던 말씀이다. “나는 자식이 있고 너만한 손자도 있는데 아무도 안 와”. 그 말씀을 듣고 나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분이 지금 끌어안고 있는 이 눈물, 이 상처는 혼자 힘으로 당신 몸 하나 추스르지 못하는 육체적인 고통만이 아니라 자식에게 버림받았다는 그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굴도 모르는 할머니의 자식들에게 화가 났다. 도대체 왜 부모를 버렸는지? 정말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그동안 내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노인 문제, 이 분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좀 더 자주 찾아와서 그분들 곁에 있어 드리고, 외로움과 고독이 덜 느껴지도록 해 드리고 싶다. 또한 기회가 있는 대로 노인 요양원과 같이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사랑을 필요로 하는 곳, 나의 작은 손길을 요구하는 곳에 가고 싶다.
또한 나 자신에 대한 생각도 새롭게 하게 되었다. 미래의 내 모습 내 삶을 어떻게 설계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생각들을…
그냥 시간이 흘러서 노인이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배민수 할머니, 생기있고 건강하고 주변을 돌아보는 그런 아름다운 할머니를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어른을 공경하고 그분들의 아픔을 이해하며 말로만이 아닌 삶에서 사랑을 나누는 내가 되고 싶다.
봉사활동을 마치며 땀범벅이 된 나와 친구들. 하지만 그 얼굴엔 환한 미소와 무언의 다짐들이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