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새해 아침 희망과 설레움으로 한해를 시작하는 1월4일.
아침 5시30분에 나팔없는 기상 소리에 눈을 뜬다. 세안을 하고 이것저것 작업복과 신발을 싸서 가방에 넣어본다. ‘혹’ 추우려나 양발을 1켤레 더 넣을지 망설이다 그만둔다.(혼나고 나서야 후회한다)
6시 10분 부드럽지 않은 가죽 군화를 꾹 눌러 발을 밀어 넣고 의용 소방대 사무실로 향했더니, 역시나 총무부장이 먼저 나와 아침인사를 대신했다.
그리고는 성주군청 전정으로 가서 준비된 차량에 몸을 실어 보니 각 읍·면별로 예정됐던 참석자의 불참에 대비해 한두명 더 참석통보를 했더니 차량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참석에 든든했고, 큰마음 먹고 하루 일정을 정한지라 비좁게 출발을 했다.
88고속도로 휴게실을 경유하며 커피 한잔으로 긴장했던 어제와 오늘을 정리하는 사이 3시간 가까이를 달려 전남 담양군 월산면 IC에 도착했고, 미리 성주군청 관계 공무원이 꼼꼼한 일정을 얘기해둔 터라 도착하자마자 담양군청 공무원이 반갑게 맞이하고서는 피해 현장으로 인솔하여 도착했다.
따뜻하게 데워진 차안을 두고 밖으로 나오니, 칼바람이 우리를 반겨준다.
“춥다” 미리 성주군청에서 준비해온 방한 장화와 목장갑·고무장갑을 지급받아 귀마개와 빵모자를 쓰고 추위와의 싸움을 시작해본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온통 눈밭이다. 무릎 가까이 쌓여 발걸음이 쉽지가 않다. 현장에 도착하니 막상 하우스 해체 작업을 할 공구와 연장이 없다. 그래도 바라만 볼 수 없어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 쇠파이프와 쇠조각으로 비닐을 찢고 뜯고 하는 사이 ‘내 눈앞에 무너진 하우스 아래로 전기 온풍기 콘센트와 늘려진 전선이 보인다.
나는 외쳐본다. “전기가 내려져 있나요” 하우스 주인도 현장에 없다. 그때 누군가가 “설마” 전기가 내려지지 않았을려고 하는 반응이다. 의용소방대원으로서 꺼진 불도 다시보자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전선을 따라 가보니, 전봇대에 두개의 콘트롤 박스가 있다.
부식이 된 케이스를 쇠파이프로 처서 열어보니, 메인 스위치와 차단기 3개가 켜져 있다. 아차하는 마음에 내리고 나서는 나머지 1개의 케이스를 열어보니 마찬가지다. 이같은 안전불감증을 염려하고 현장 조치를 마치고 하우스로 돌아오니 성주 소방서에서 준비해온 이동식 유압 절단기가 도착한다. 그제서야 본격적인 해제작업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전사고가 일어났다. 잘려나간 하우스 파이프를 뽑으려고 삼삼오오 힘을쓰다 절단기에 잘려진 하우스 파이프의 날카로운 부분이 우리 봉사대원의 귓가를 스친 것.
그래서 인근 보건소에서 응급치료후 담양 병원에 가서 치료를 마치고 돌아왔다.
다시 한번 안전사고의 유의를 당부하고, 피해지역 주민의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정성스럽게 성주읍 여성소방대에서 준비해온 점심을 먹고 나서 잠시 모닥불에 몸을 녹이고는 다시 오후 해체 작업이 이뤄지고 작업량을 모두 마친다.
그후 담양 부군수 등 담양지역 관계자의 격려차 방문을 받고, 우리도 각 읍·면별로 모아온 성금 1백만원을 전달하고서야 성주로 돌아왔다.
담양군에서의 하루를 보내며 무사히 일정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배추호 재난안전관리과장, 이광석 민방위 담당 등 군 공무원들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새벽 일찍부터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고서도, 봉사대원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함께 현장에서 애써주신 기사님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짧지만 긴 하루를 먼저 보낸 입장에서 추후 재난현장을 찾을 봉사대원들에 다음의 당부를 남긴다.
첫째, 무엇보다 안전사고에 적극 유념하고,
둘째, 두터운 외투와 방한장비를 꼭 준비해 가고,
셋째, 기본적인 가벼운 작업용 공구는 지참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 하루 다녀왔을 뿐이지만 새해의 시작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보람찬 봉사로 시작할 수 있어 좋았고,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올해 잊지 못할 긴 여운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