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참나무 초록 잎새들 옹알이한다고?
고 어린것들 촐랑촐랑 말 배우기 시작한다고?
뭐라고? 벌써 입술 꼼지락대고 있다고?
조 작은 것들 마음 활짝 펴고 있고
그렇지 녀석들 환하게 웃을 때 되었지
고 예쁜 것들 깔깔대며 장난칠 때 되었지
그새 초여름 더운 바람 불고 있다고?
조 귀여운 것들 글씨 공부 꼬불꼬불 신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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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산에는 새로 솟아나는 생명들로 잔치판이다. 우리 차의 옛이름을 작설차라 한 것도 참새 혀처럼 작고 귀여운 새잎의 형상에서 따 온 것이고 보면, 이 시도 그런 생명현상에 대해 감탄하고 있는 시인의 놀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굴참나무의 연초록 잎새를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어린것들로 비유하는 것도 그렇지만, 바람에 살랑살랑 움직이는 모습을 아이들이 말을 배우고, 웃고, 장난치고, 글씨 공부하는 것에 빗대어 표현한 시인의 솜씨는 참 재미있으면서, 시의 묘미를 한껏 높여주고 있다. 이런 시는 외워두고 산에 올라갈 때마다 한번씩 읊어보면 굴참나무들이 참 좋아하겠다.
(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