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국종 교수의 발언이 화제였다. 이국종 교수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헌신해 온 의사이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다. 그런 이국종 교수가 어느 자리에서 강연을 하는데, 후배들에게 `조선에는 가망이 없으니, 탈조선해라`고 얘기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것이다. 물론 언론보도만으로 이국종 교수의 진의를 알 수는 없다. 사람의 말에는 맥락이 있기 때문에, 특정한 말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시스템을 보면서 무력감이나 절망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라는 추측을 해 본다. 이런 감정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려도 든다. 사회는 `쇼핑`의 대상이 아니다. 내가 살아가는 사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회로 갈아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가능하면, 내가 살아가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 좋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 사회가 좀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물론 어떤 하나의 해법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우선 `좋은 정치`가 이뤄져서, 사람들의 삶의 문제가 정치를 통해서 해결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공동체이고, 그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정치이다. 이국종 교수가 만들고 싶어 하는 `좋은 의료`도 결국 정치를 통해서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정치`도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정치`를 만들 수 있는 것은 결국 `좋은 시민`이다. `좋은 시민` 없이 `좋은 정치`는 불가능하다. `좋은 시민`의 덕목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주권자 의식`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들고 싶다. `주권자 의식`은 누구에게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에 의해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좋은 시민`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이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나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나와는 다른 인종, 성, 취향, 장·단점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좋은 시민`은 지역이나 학교처럼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공간에서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좋은 시민이 되기가 어려운 조건이다. 사회적으로 갈등이 심하고, 다른 의견에 대한 관용이 부족한 상황이다. 유튜브와 SNS에 자기 의견을 쏟아내는 경우는 많지만, 나와는 다른 의견을 경청하려는 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런 속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사람에 대한 애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다. 그런 사람들이 좋은 시민이고, 그런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좋은 시민이 확산되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좋은 정치가 가능해지면, 좋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희망일 뿐이다. 낙관할 수는 없다. 좋은 사회는 한낱 꿈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숙명일 수도 있다. 생전에 좋은 사회를 보지는 못하더라도, 나부터 좋은 시민이 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세상은 바꾸지 못해도, 나를 바꿀 수는 있다. 내가 바뀌면 내가 살아가는 작은 단위의 공동체는 더 좋아질 수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삶이 `좋은 삶`이라고 믿는다. 이 얘기를 필자에게 대입해 보았다. 필자는 변호사이다. 변호사법 1조 1항에는 돈을 많이 버는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라고 되어 있지 않다.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필자 같은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법조계`를 만들지는 못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노력하면 약자에게 도움이 되고, 조금이나마 사회정의가 실현되는데 기여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근거없는 낙관은 하지 말아야겠지만, 포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종편집:2025-04-30 오후 04: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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