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통령 선거운동이 지난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신문과 방송은 물론,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배경화면까지 우리의 일상은 각종 정치적 메시지로 가득하다. 시민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공개하고, 정치인들은 SNS를 통해 거침없이 입장을 밝힌다. 이처럼 인터넷 공간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확장되는 모습은 겉보기엔 민주주의의 진전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데이터 기반 사회로 빠르게 전환되었다. 디지털 기술은 일상뿐 아니라 정치와 여론을 장악했고, 그 과정에서 데이터의 독점, 기술 권력의 집중, 개인정보의 상업적·정치적 악용은 눈에 띄게 심화되었다.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격화되었고, 사회적 불평등과 임금 격차 역시 과거보다 악화되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그것이 인간을 어떻게 관리하고 타깃화하며 선동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기술 진보`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것을 무비판적으로 허용해 버렸다. 불과 몇 달 전, 우리는 비상계엄이라는 중대한 정치적 위기를 경험했다. 그 전후로 극단적인 정치 선동과 혐오 발언이 온라인을 장악했고, 법원을 침탈하고 사회 질서를 부정하는 극단주의가 고개를 들었다. 지금 대선 정국에서도 후보자들은 정책과 공약보다 상호 비방에 몰두하며, 정치 불신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선거가 끝난다고 해서 이러한 사회적 불신, 정치적 불안, SNS를 통한 선동의 확산이 멈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며, 우리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발생한 페이스북 스캔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당시 한 정치 컨설팅 회사는 수천만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 데이터를 무단 수집하고, 유권자의 심리 프로파일을 구성한 뒤, 맞춤형 정치 광고를 통해 선거에 개입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조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그리고 지금, 유사한 조건들이 우리 사회에도 고스란히 존재한다. SNS 알고리즘은 사용자 개개인의 감정과 반응을 분석해 가장 자극적인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노출시킨다. 이는 정보의 다양성과 균형을 무너뜨리고, 시민들을 점점 더 극단적인 진영 논리 속으로 몰아넣는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왜곡에 대해 정치권은 무관심하고, 플랫폼 기업은 책임을 회피하며, 시민사회는 무감각하다는 점이다. 기술은 고도화되고 있지만, 그 기술이 초래할 위험을 통제하려는 민주주의적 감시 체계, 제도적 장치, 윤리적 성찰은 여전히 부재하다. 그 결과, 허위 정보와 조작 정보는 여전히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극단적 정치 선동과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이 SNS를 타고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현상이다. 대선 기간 확인되지 않은 루머, 조작된 영상, 감정적 호소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질문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소셜미디어는 과연 민주주의를 위한 공론장인가, 아니면 정치 선전과 조작을 위한 도구인가? 디지털 플랫폼은 유권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가, 아니면 감정과 갈등을 자극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에 불과한가? 시민들은 과연 제대로 된 정보에 기반해 소통, 사고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규제의 문제로 축소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보 환경에 대한 민주적 감시, 공공적 책임 강화, 시민의 디지털 리터러시 제고, 그리고 플랫폼 기술의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제도적 노력이다. 정치인과 정당, 언론, 플랫폼 기업, 그리고 시민 모두가 이 책임을 나뉘어야 한다. 다가오는 선거는 단지 한 명의 대통령을 뽑는 행위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민주주의를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사회적 선택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정보 환경과 정치 문화는 결코 건강하지 않다. 이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선거 이후에도 분열과 불신, 혐오와 조작의 정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어느 후보자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지만, 그 선택이 이루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최종편집:2025-06-13 오후 05: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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