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부모님 두 분 다 잃고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자라난 우리 반 이경혜
저만큼 밝고 착하게 키우기 얼마나 힘드셨을까
꼬부라진 허리 몇 번이나 곧추 펴시며
스승의 날, 학교에 찾아오신
일흔 살의 호호백발 할머니
"철모르는 어린것들 가르치시느라
얼마나 힘들 것이요, 선상님"
가실 때 허리춤에서 꺼내주신
꼬깃꼬깃 접혀진
할머님 체온 따뜻했던 천 원짜리 한 장
안 받겠다고 몇 번 사양했다가
되레 흠씬 야단맞고 도로 받은 짜장면 값
꼭꼭 간직했다가 할머니 말씀대로
경혜랑 맛난 짜장면 사 먹었네
내가 받은 가장 작은 촌지
그러나 가장 잊을 수 없는 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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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다. 교사는 아이들을 자기 삶의 중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아이들과 뒹굴기 위해 아이들과 닮아가고, 스스로 아이가 되어버리는.....
아이들이 머리만 크고 심장이 작고 차가운 사회의 미래는 무서울 것이다. 이럴진대 감동 없는 교육이 교육일 수는 없다. 감동은 아이와 교사가 무성한 `말`의 숲과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 진정한 `인간`으로 새롭게 만날 때 생겨난다. 아이들 앞에 당당하면서 아이들을 억압하지 않는 `좋은 친구`로 설 수 없다면, 그런 환경과 노력이 교사와 아이들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지 않다면, 그런 사회에서 `스승의 날`은 무엇이랴. 그 때 `스승`에게 드리는 화환은 차라리 빛 좋은 `굴레`이지 않겠는가.
이 시에서 천 원짜리 촌지가 모처럼 아름답고 감동일 수 있는 것은 허례를 버리고 가슴 따뜻한 `인간`으로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와 아이들과, 참교사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는 시다.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