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나고 흠집 난 사과만 두 세 광주리 담아놓고
그 사과만큼이나 못난 아낙네는 난전에 앉아 있다
지나가던 못난 지게꾼은 잠시 머뭇거리다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한 장 꺼낸다
파는 장사치도 팔리는 사과도 사는 손님도
모두 똑같이 못나서 실은 아무도 못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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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선 곳이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과만 있으랴, 고구마도 있고 강냉이도 있고 조롱박도 있고 호박 잎사귀도 있다. 별로 잘 나지도 못한 보통 사람 들 한 자리에 앉아 거친 안주에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면 그만일 난전의 풋것들.....
그러나 돈으로 환산하여 단순 비교할 수만은 없는 삶이 거기 있다는 것을, 그렇게 자기 삶을 꾸려오고 흙을 지켜 온 사람들의 한 생의 무게가 이 세상의 한쪽을 지탱 한다는 것을 우리는 느낀다.
`생명의 저울` 앞에 누가 스스로 더 무겁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똑같이 못나서 아무도 못나지 않은`존재들, 그래서 넘어가는 저녁 햇살도 그 얼굴과 손등에 잠시 쪼이고 갈 것 같은 정겨움을 그린 시(詩)다.
(배창환·시인)